복지뉴스 야! 천천히 가! 휠체어 걸렸어
- 날짜
- 2010-03-16 11:08
- 조회수
- 1,570
"야! 천천히 가! 휠체어 걸렸어."
얼마 전 아침, 출근길의 저상버스에서 듣게 된 기사의 통화내용이다. 휠체어가 걸리다니? 저상버스에 휠체어 장애인을 태운 것이 길가다 똥 밟은 일인가?
어이가 없다. 하긴 몇 개월 동안 별의별 소리를 다 듣고 싸운 것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 기어이 싸움닭의 근성을 발휘하여 따지고 대들어 또 한 번의 찍힘(고양시 저상버스 기사들에게 나는 기피와 미움의 대상임)을 받았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된 상황인데도 이러니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지난 해 5월 처음 저상버스 타기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정말 대략 난감 한 상황이었다. 운행을 하는 기사님이 5년 동안 한 번도 리프트를 작동시켜 본 적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기사님들은 작동법도 모르고, 해 보려하면 리프트는 녹이 슬어 나오지를 않고 참 한심스러운 상황이었다. 하긴 정작 장애 당사자인 나부터가 저상버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한 번도 타 보질 않았으니 운수회사나 기사들만을 탓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직접 운수회사를 방문해 리프트 작동법과 안전조치를 교육시키는 등 그렇게 시작된 월 2회의 정기적인 저상버스 타기 활동이 진행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리프트 작동을 처음 목격한 비장애인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에서 마치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 딸랑딸랑 음악 소리를 내며 리프트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슨 구경거리가 된 듯 얼굴이 화끈거리던 기억, 기사의 작동 미숙으로 시간이 지체될 때 빨리 좀 가자며 불평을 해 대던 비장애인 승객들의 불평과 확연히 보이는 짜증스러운 표정 등.
하지만 그 어떤 고충보다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바로 기사들의 몰지각한 언어와 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었다. 리프트를 완전히 빼서 인도에 충분히 걸쳐져야 하고 분명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교육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리프트의 3/2정도만을 뺀 채 승하차를 요구하고 심지어 리프트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의 절대 불가능한 승하차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손을 흔들어도 못 본채 지나가 버리는 경우, 거짓말로 리프트가 고장났으니 다음차를 타라며 가 버리는 경우, 아줌마를 태우려면 몇 번의 전후진을 해야 하는데 버스가 어떻게 후진을 하냐며 소리를 질러대는 경우,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아줌마 때문에 앞 차와의 배차 간격이 벌어졌다”며 짜증을 부려 주기도문을 계속 외우게 했던 일, 그 모든 일들을 극도로 인내하며 참고 있던 내가 드디어 폭발했다.
퇴근길에 탄 저상버스의 기사가 나에게 “왜 아줌마는 한 번도 복지카드를 보여주지 않느냐”며 시비를 걸어왔다. 이 버스를 하루 이틀 이용한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복지카드를 요구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무렴 버스비 안내려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겠냐며 정말 아주아주 착하고 예쁘게 대꾸를 했는데도 계속 요구를 해와 카드를 꺼내 확인을 시켜주었다. 그런데 점입가경 카드 발급처가 파주시로 되어있어 인정이 안 된단다. 뒷면에 고양시로 이전 표기된 것이 있지 않느냐며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고양시에서 발급 받은 것이 아니면 안 된다니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타 지역에 사는 장애인은 고양시 저상버스를 이용 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 그럼 기사님은 주소를 이전하면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느냐 따졌더니 그것과는 다르다며 끝까지 자기가 옳단다. 예전 같으면 치사해서 버스비 내고 말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편견, 부당한 대우 등에 맞서 싸우는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가 잘못 알고 있음이 확인되자 이번엔 “기껏 태워줘도 고맙단 말 한마디를 안 한다”며 생트집이다. 이 정도면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일, 다음날 출근과 동시에 고양시 교통지도과에 민원을 제기했고 운수회사에도 기사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결국 시청 교통지도 팀장과 해당 운수회사의 책임자와의 면담이 이뤄졌고 해당 기사를 대신한 책임자의 정중한 사과와 차후 이러한 민원이 또 제기될시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교통지도 팀장의 약속, 기사들에게 철저한 인식개선 교육을 시키겠다는 책임자의 공적인 약속으로 마무리가 되어졌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에도 나는 차도에 내려와서 승차를 하라는 심히 위험한 행동을 요구하는 기사의 부당한 강요를 거부하고 기어이 인도에서 안전하게 탑승하느라 한 바탕 씨름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휠체어로 40분이면 되는 출퇴근을 한 시간 걸리는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장애인 활동가이고 똥은 더러워서건 무서워서건 피할게 아니라 치워야 하는 거라고….
*이 글은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박경현님이 보내온 특별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버스타기, 아직 너무 힘들다' 특별원고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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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 하긴 몇 개월 동안 별의별 소리를 다 듣고 싸운 것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일, 기어이 싸움닭의 근성을 발휘하여 따지고 대들어 또 한 번의 찍힘(고양시 저상버스 기사들에게 나는 기피와 미움의 대상임)을 받았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개선이 된 상황인데도 이러니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은 아직도 요원한 일이다.
지난 해 5월 처음 저상버스 타기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정말 대략 난감 한 상황이었다. 운행을 하는 기사님이 5년 동안 한 번도 리프트를 작동시켜 본 적이 없다라고 할 정도로 기사님들은 작동법도 모르고, 해 보려하면 리프트는 녹이 슬어 나오지를 않고 참 한심스러운 상황이었다. 하긴 정작 장애 당사자인 나부터가 저상버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고 한 번도 타 보질 않았으니 운수회사나 기사들만을 탓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가 직접 운수회사를 방문해 리프트 작동법과 안전조치를 교육시키는 등 그렇게 시작된 월 2회의 정기적인 저상버스 타기 활동이 진행되면서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리프트 작동을 처음 목격한 비장애인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에서 마치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에서 딸랑딸랑 음악 소리를 내며 리프트로 계단을 오르내릴 때 무슨 구경거리가 된 듯 얼굴이 화끈거리던 기억, 기사의 작동 미숙으로 시간이 지체될 때 빨리 좀 가자며 불평을 해 대던 비장애인 승객들의 불평과 확연히 보이는 짜증스러운 표정 등.
하지만 그 어떤 고충보다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바로 기사들의 몰지각한 언어와 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었다. 리프트를 완전히 빼서 인도에 충분히 걸쳐져야 하고 분명 그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교육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리프트의 3/2정도만을 뺀 채 승하차를 요구하고 심지어 리프트가 공중에 떠 있는 상황에서의 절대 불가능한 승하차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손을 흔들어도 못 본채 지나가 버리는 경우, 거짓말로 리프트가 고장났으니 다음차를 타라며 가 버리는 경우, 아줌마를 태우려면 몇 번의 전후진을 해야 하는데 버스가 어떻게 후진을 하냐며 소리를 질러대는 경우,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아줌마 때문에 앞 차와의 배차 간격이 벌어졌다”며 짜증을 부려 주기도문을 계속 외우게 했던 일, 그 모든 일들을 극도로 인내하며 참고 있던 내가 드디어 폭발했다.
퇴근길에 탄 저상버스의 기사가 나에게 “왜 아줌마는 한 번도 복지카드를 보여주지 않느냐”며 시비를 걸어왔다. 이 버스를 하루 이틀 이용한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복지카드를 요구하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무렴 버스비 안내려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겠냐며 정말 아주아주 착하고 예쁘게 대꾸를 했는데도 계속 요구를 해와 카드를 꺼내 확인을 시켜주었다. 그런데 점입가경 카드 발급처가 파주시로 되어있어 인정이 안 된단다. 뒷면에 고양시로 이전 표기된 것이 있지 않느냐며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고양시에서 발급 받은 것이 아니면 안 된다니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었다. 그렇다면 타 지역에 사는 장애인은 고양시 저상버스를 이용 할 수 없다는 얘기인가! 그럼 기사님은 주소를 이전하면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을 새로 발급받느냐 따졌더니 그것과는 다르다며 끝까지 자기가 옳단다. 예전 같으면 치사해서 버스비 내고 말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 편견, 부당한 대우 등에 맞서 싸우는 장애인 권익옹호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가 잘못 알고 있음이 확인되자 이번엔 “기껏 태워줘도 고맙단 말 한마디를 안 한다”며 생트집이다. 이 정도면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일, 다음날 출근과 동시에 고양시 교통지도과에 민원을 제기했고 운수회사에도 기사의 정중한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결국 시청 교통지도 팀장과 해당 운수회사의 책임자와의 면담이 이뤄졌고 해당 기사를 대신한 책임자의 정중한 사과와 차후 이러한 민원이 또 제기될시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교통지도 팀장의 약속, 기사들에게 철저한 인식개선 교육을 시키겠다는 책임자의 공적인 약속으로 마무리가 되어졌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에도 나는 차도에 내려와서 승차를 하라는 심히 위험한 행동을 요구하는 기사의 부당한 강요를 거부하고 기어이 인도에서 안전하게 탑승하느라 한 바탕 씨름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동휠체어로 40분이면 되는 출퇴근을 한 시간 걸리는 저상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장애인 활동가이고 똥은 더러워서건 무서워서건 피할게 아니라 치워야 하는 거라고….
*이 글은 일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박경현님이 보내온 특별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버스타기, 아직 너무 힘들다' 특별원고를 받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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