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고통스러웠던 한 장애인복지관 개관식
- 날짜
- 2010-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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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추워라, 점심 한 끼 얻어먹으려다가 약값만 더 들겠네.”
며칠 전 모모 지역에서 모모장애인복지관 개관식이 있었다. 그날따라 살이 에이는 듯한 날 선 바람이 심하게 불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마치 가는 겨울이 오는 봄을 질투라도 하는 듯 했다.
점심 한 끼 얻어먹으려다 감기만 들겠다는 어느 촌로의 불평이 귓가에 들려왔다.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입이 덜덜 떨려 말도 잘 안 나와요.”
“이렇게 추운 날 왜 우리를 밖에다 세워놓고 고생시키는지 모르겠어.”
“행사를 실내에서 하든지 아니면 날씨가 풀리는 4월 장애인의 날에 하든지 하면 안 되나? 나 원 참.”
바람이 귓전을 때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발마저 살짝 흩날리는 차갑고 흐린 하늘 아래 신축 복지관 앞마당에는 장애인보다 많이 모인 지역 어르신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행사가 어서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계셨다.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두 시간이 넘도록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온몸이 굳어서 힘드네요. 괜히 온 것 같아요. 우리 장애인들을 왜 이렇게 골탕 먹이는지 모르겠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얼마나 추운지 치아가 덜덜 부딪히는 소리가 내 귓전까지 들려왔다.
보다 못한 아내가 복지관 안으로 들어가 따끈한 생강차 한 잔을 가져와 건네주었다.
“따끈한 생강차 한 잔 가져왔어요. 드시면 몸이 조금 풀리실 거예요.”
휠체어 장애인은 아내의 따듯한 차 한 잔에 몸이 풀린 듯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요.”
나는 체면을 치르느라 춥다는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얼음장 같은 플라스틱 의자에 얼어붙은 듯 앉아 있었다. 콧물이 자꾸 흐르고, 매섭게 부는 바람에 속가슴까지 떨려왔다.
개식선언이 선포되고 폭죽이 터진 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기 위해 모두 자리에 일어서는데 사회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 이런, 폭죽 불꽃으로 주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순간 행사장이 술렁거렸다. 메케한 연기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하여 주위를 더듬으며 상황을 물어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들어 아내에게 다급히 손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 해줬으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기민하게 대처했을 텐데, 잔불이 난 건지 대형 사고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몸과 마음이 더욱 허둥거려졌다. 연기가 짙게 밀려오자 사막의 강심장으로 불리는 나도 겁이 덜컥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이 보여야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닌가. 자칫 방향을 잘못 잡았다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갈 판이었다. 나는 꼼짝달싹도 못한 채 동네 어귀에 세워진 정승마냥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이러다간 꼼짝없이 사고 당하는 것은 아닐까? 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사고를 당하는구나.”
단 몇 분 동안 머리속은 불지옥이 따로 없었다. 사회자가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해줬더라면 이런 극도의 긴장감을 겪진 않았을 텐데, 우리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한 사회자에게 못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용감한 시민이 웃옷을 벗어던지고, 소방차가 도착해 불을 진압하여 긴급한 소동은 일단락됐다.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 행사는 곧이어 재개되었다. 나는 남극의 빙판보다 차가운 의자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혹시 보여주기 위한 행사는 아닌가.’
행사에 참석한 다른 장애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리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을 조금이라도 배려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비장애인도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하물며 우리 장애인은 말할 나위가 없죠.”
“한번 휠체어를 타고 다녀보세요. 그럼 우리 심정을 이해할 거예요.”
“신체적 결함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장애인은 날씨가 추우면 바깥나들이가 꺼려질 수밖에 없어요.”
“장애인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이렇게 우리를 장시간 추위에 떨게 하지는 않았을 거여. 우리가 무슨 꽁꽁 얼려야 하는 동태도 아니고 이게 뭔가.”
추위에 말문을 겨우 이어가는 한 장애인의 볼멘소리다.
“주최 측에서 상황에 따라 운영의 묘를 좀 살려 행사를 진행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난 추위에 떠느라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그 말이 그 말인 초청연사들의 연설을 듣자니 참 괴로웠어.”
목발을 짚고 서있는 장애인은 언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난 매번 장애인 행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장애인을 이해하는 전문사회자가 필요해. 오늘처럼 불시에 발생한 화재소동으로 우리 시각장애인은 속수무책으로 겁만 먹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럼, 말만 잘한다고 유능한 사회자가 아냐.”
이들의 성토는 끝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가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단지 ‘배려’라는 마음가짐 하나뿐인데 그것이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고통스러웠던 행사가 끝나고 폐회가 선언되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휴 살았다.”
나는 아내를 급히 호출하여 따뜻한 히터가 가동되고 있을 승용차로 급히 걸음을 옮겼다. 콧물이 연신 흘러내렸지만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걸음만 자꾸 빨라졌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7-06 13:19)
며칠 전 모모 지역에서 모모장애인복지관 개관식이 있었다. 그날따라 살이 에이는 듯한 날 선 바람이 심하게 불며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마치 가는 겨울이 오는 봄을 질투라도 하는 듯 했다.
점심 한 끼 얻어먹으려다 감기만 들겠다는 어느 촌로의 불평이 귓가에 들려왔다.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입이 덜덜 떨려 말도 잘 안 나와요.”
“이렇게 추운 날 왜 우리를 밖에다 세워놓고 고생시키는지 모르겠어.”
“행사를 실내에서 하든지 아니면 날씨가 풀리는 4월 장애인의 날에 하든지 하면 안 되나? 나 원 참.”
바람이 귓전을 때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눈발마저 살짝 흩날리는 차갑고 흐린 하늘 아래 신축 복지관 앞마당에는 장애인보다 많이 모인 지역 어르신들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행사가 어서 끝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계셨다.
아침 10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두 시간이 넘도록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온몸이 굳어서 힘드네요. 괜히 온 것 같아요. 우리 장애인들을 왜 이렇게 골탕 먹이는지 모르겠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얼마나 추운지 치아가 덜덜 부딪히는 소리가 내 귓전까지 들려왔다.
보다 못한 아내가 복지관 안으로 들어가 따끈한 생강차 한 잔을 가져와 건네주었다.
“따끈한 생강차 한 잔 가져왔어요. 드시면 몸이 조금 풀리실 거예요.”
휠체어 장애인은 아내의 따듯한 차 한 잔에 몸이 풀린 듯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요.”
나는 체면을 치르느라 춥다는 하소연 한마디 못하고 얼음장 같은 플라스틱 의자에 얼어붙은 듯 앉아 있었다. 콧물이 자꾸 흐르고, 매섭게 부는 바람에 속가슴까지 떨려왔다.
개식선언이 선포되고 폭죽이 터진 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기 위해 모두 자리에 일어서는데 사회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아, 이런, 폭죽 불꽃으로 주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순간 행사장이 술렁거렸다. 메케한 연기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하여 주위를 더듬으며 상황을 물어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두려운 마음이 덜컥 들어 아내에게 다급히 손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누군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 해줬으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고 기민하게 대처했을 텐데, 잔불이 난 건지 대형 사고인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몸과 마음이 더욱 허둥거려졌다. 연기가 짙게 밀려오자 사막의 강심장으로 불리는 나도 겁이 덜컥 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이 보여야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 아닌가. 자칫 방향을 잘못 잡았다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갈 판이었다. 나는 꼼짝달싹도 못한 채 동네 어귀에 세워진 정승마냥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다.
“이러다간 꼼짝없이 사고 당하는 것은 아닐까? 아,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사고를 당하는구나.”
단 몇 분 동안 머리속은 불지옥이 따로 없었다. 사회자가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해줬더라면 이런 극도의 긴장감을 겪진 않았을 텐데, 우리 시각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한 사회자에게 못내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용감한 시민이 웃옷을 벗어던지고, 소방차가 도착해 불을 진압하여 긴급한 소동은 일단락됐다. 다행히 큰 불상사는 없었다. 행사는 곧이어 재개되었다. 나는 남극의 빙판보다 차가운 의자에 앉아 행사를 지켜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혹시 보여주기 위한 행사는 아닌가.’
행사에 참석한 다른 장애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리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을 조금이라도 배려해 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기온이 내려가면 비장애인도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데, 하물며 우리 장애인은 말할 나위가 없죠.”
“한번 휠체어를 타고 다녀보세요. 그럼 우리 심정을 이해할 거예요.”
“신체적 결함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한 장애인은 날씨가 추우면 바깥나들이가 꺼려질 수밖에 없어요.”
“장애인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이렇게 우리를 장시간 추위에 떨게 하지는 않았을 거여. 우리가 무슨 꽁꽁 얼려야 하는 동태도 아니고 이게 뭔가.”
추위에 말문을 겨우 이어가는 한 장애인의 볼멘소리다.
“주최 측에서 상황에 따라 운영의 묘를 좀 살려 행사를 진행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야.”
“난 추위에 떠느라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그 말이 그 말인 초청연사들의 연설을 듣자니 참 괴로웠어.”
목발을 짚고 서있는 장애인은 언 손을 호호 불고 있었다.
“난 매번 장애인 행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장애인을 이해하는 전문사회자가 필요해. 오늘처럼 불시에 발생한 화재소동으로 우리 시각장애인은 속수무책으로 겁만 먹고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럼, 말만 잘한다고 유능한 사회자가 아냐.”
이들의 성토는 끝이 없었다. 그렇다고 이들의 요구가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단지 ‘배려’라는 마음가짐 하나뿐인데 그것이 이토록 어렵단 말인가.
고통스러웠던 행사가 끝나고 폐회가 선언되자 여기저기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휴 살았다.”
나는 아내를 급히 호출하여 따뜻한 히터가 가동되고 있을 승용차로 급히 걸음을 옮겼다. 콧물이 연신 흘러내렸지만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걸음만 자꾸 빨라졌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7-06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