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뉴스 평범한 장애인을 위한 변명
- 날짜
- 2010-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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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아주 어릴 때 장애를 입어 다섯 살 때까지 병원에서 지냈다. 집에 돌아와 어려운 형편에 부모님이 어렵게 들여놓으신 동화책과 백과사전은 어느날 옥탑 단칸방 집으로 이사를 오며 사라져버렸다. 옥탑방 마당에 누워 돈을 벌러 외국에 나가신 아버지가 언제 돌아오실까 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를 지켜봤다. 춥고, 심심하고, 외로웠다. 그래도 내 꿈은 비행기가 닿는 끝까지 뻗어있었다.
나는 예쁘지 않다. 동그란 안경에 머리를 틀어올리고 고등학교 교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거울을 보는 것도 싫었고, 사진을 찍는 것도 싫었다. 자기계발서와 인간승리 스토리에 나오는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싫어했지만, 나는 잘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가난함도, 내 외모도, 내 장애도 가려질 수 있도록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악착같이 공부했고, 운도 좋았고,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나는 분에 넘치게 좋은 학교에 입학했다.
1년 전에 이 공간에서, 졸업을 앞두며 글을 썼다. 5년의 대학생활을 끝내고 나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 어서 사회인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이었겠지만, 나는 취직까지 몇 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고, 소위 ‘돈이 안 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석사 두 학기를 마쳤지만,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보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보다 사회로 발을 내딛어야 할 순간이 더 두렵다. 부모님과 가까운 친구들이 내게 전문대학원을 준비하라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말할 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흔들림없이 말할 수 있을만큼 의지가 굳은 인간인 것도 아니다.
다시 태어나 비장애인이 되지 못할 바에야 ‘잘난 장애인’이 되고 싶었다. 매일같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잡고 있는 그 훌륭한 장애인들의 목록에 끼고 싶었다.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뛰어난 인품으로 주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주어진 자원없이, 99%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의지만 가지고는 그럭저럭 ‘평범한 장애인’이 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우리가 대학에서의 ‘수업권’을 말하고, ‘이동권’과 ‘문화권’을 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유지하려는 노력이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들은 1%의 ‘잘난 장애인’이지만, 배경이 되는 수많은 ‘권리’들을 우리의 삶으로 옮겨놓아 희망을 현실로 옮겨놓는 힘은 99%의 ‘평범한 장애인’들에게 있다.
내 꿈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질만큼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조금 피곤하지 않을까?) 읽고 싶은 책을 사읽고 좋아하는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만이라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좀 더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 나는 가난하고, 예쁘지도 않고, 미래가 불투명한 인문학도인데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현실로 옮겨놓기 위해서 더 열심히 날개짓 할 생각이다.
모두가 '잘난 장애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쉬지 않고 날개짓하는 한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7-03 15:56)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7-06 13:20)
나는 예쁘지 않다. 동그란 안경에 머리를 틀어올리고 고등학교 교실에서 눈에 띄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거울을 보는 것도 싫었고, 사진을 찍는 것도 싫었다. 자기계발서와 인간승리 스토리에 나오는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싫어했지만, 나는 잘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가난함도, 내 외모도, 내 장애도 가려질 수 있도록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악착같이 공부했고, 운도 좋았고,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나는 분에 넘치게 좋은 학교에 입학했다.
1년 전에 이 공간에서, 졸업을 앞두며 글을 썼다. 5년의 대학생활을 끝내고 나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가난한 집의 장녀로 어서 사회인이 되는 것이 맞는 일이었겠지만, 나는 취직까지 몇 년의 유예기간을 부여받았고, 소위 ‘돈이 안 되는 학문’이라고 말하는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다. 석사 두 학기를 마쳤지만, 대학에 막 입학했을 때보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보다 사회로 발을 내딛어야 할 순간이 더 두렵다. 부모님과 가까운 친구들이 내게 전문대학원을 준비하라거나 공무원 시험을 보라고 말할 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흔들림없이 말할 수 있을만큼 의지가 굳은 인간인 것도 아니다.
다시 태어나 비장애인이 되지 못할 바에야 ‘잘난 장애인’이 되고 싶었다. 매일같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리잡고 있는 그 훌륭한 장애인들의 목록에 끼고 싶었다.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고, 뛰어난 인품으로 주변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고,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주어진 자원없이, 99%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의지만 가지고는 그럭저럭 ‘평범한 장애인’이 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우리가 대학에서의 ‘수업권’을 말하고, ‘이동권’과 ‘문화권’을 말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유지하려는 노력이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들은 1%의 ‘잘난 장애인’이지만, 배경이 되는 수많은 ‘권리’들을 우리의 삶으로 옮겨놓아 희망을 현실로 옮겨놓는 힘은 99%의 ‘평범한 장애인’들에게 있다.
내 꿈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꿈을 크게 가지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도,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질만큼 유명해지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조금 피곤하지 않을까?) 읽고 싶은 책을 사읽고 좋아하는 커피를 맘껏 마실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고,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만이라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가 좀 더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 나는 가난하고, 예쁘지도 않고, 미래가 불투명한 인문학도인데다, 그저 그런 평범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현실로 옮겨놓기 위해서 더 열심히 날개짓 할 생각이다.
모두가 '잘난 장애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쉬지 않고 날개짓하는 한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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