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휠체어 이용 직장인, 회식의 조건
- 날짜
- 2026-04-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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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이용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한국에서 휠체어를 타는 국민에게 대중교통은 사실상 닫혀 있다. 만원 버스와 지하철은 구조적으로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출퇴근길, 혼잡한 지옥철에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면?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장애인 콜택시, 이른바 '장콜'이다. 2024년부터 경기도 전역을 통합한 <광역 교통 이동약자 지원센터>가 이를 운영한다. 컨트롤 타워를 자처한 만큼 체계와 편의가 보장되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AI가 연출한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는 장면. ©정민권
성남에서 용인으로 출퇴근하는 나는 매일 새벽, 잠을 자다 말고 일어나 앱 예약 버튼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다. 성공률은 열 번에 한두 번. 하늘의 도우심으로 예약에 성공한 날, 회사 워크숍 회식이 있었다.
문제는 회식 장소가 평소 목적지인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센터 안내원은 단호했다. "출퇴근 예약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같아야 한다." 직원 회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예약은 자동 취소됐다.
그 순간 깨달았다. 같은 직장인이어도 휠체어를 이용하면 회식도 쉽지 않구나.
오후 5시 14분. 회식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즉시콜을 접수했다. 대기 13번. 이 정도라면 잘하면 1시간 내로도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배차 소식은 2시간의 회식이 끝날 때까지 오지 않았다.
동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테이블이 치워졌다. 치우고 닦는 이의 눈꼬리가 버티고 있는 나를 흘끔거린다. 순간 바늘방석이 되었지만 아침부터 내린 비로 차가운 밤공기에 언제 올지 모를 장콜을 도로에서 기다릴 용기는 없다.
이상한 동네 아닌가. 브랜드를 내건 아파트가 둘러싼 곳인데도 그 흔한 커피숍 하나 없다. 어쩔 수 없이 점주의 눈치를 보며 30분을 더 버텼다. 열심히 내려온 대기 순번은 7시에 2번을 찍고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점주의 눈을 가자미눈을 만들 순 없으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콜센터로 연락하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자동 배차 시스템으로 바뀌어서 어쩔 수 없어요."
어쩔 수 없다니 어쩔 도리가 없이 한숨을 몰아쉬며 기다린다. 오후 8시, 접수 3시간째. 대기 순번 1번이 찍힌다. 힘들었지만 곧 배차가 되리라는 안도감이 들 찰나,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고객님, 죄송한데요. 용인에서 성남으로 이동할 차량이 현재 없습니다. 빈차로 돌아와야 해서요. 9시 반에 교대가 되면 첫 번째로 배차해 드리겠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말문이 막혀 시원하게 따지지도 못하고 앱을 열었다. 해당 지역에 13대가 운행 중이었고, 대기자는 1명이었다.
3시간을 넘긴 후에야 "차량이 없다"라는 통보를 받았다. 자동 배차라서 어쩔 수 없다던 센터는, 운전원 교대 후엔 1번으로 지정 배차를 해주겠다고 안내했다. 그렇다면 임의 배차가 처음부터 가능했다는 뜻이다. 장시간 대기자에게 왜 진작 그 선택지를 쓰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만약, 다른 이동 수단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5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이런 경기도 광역 이동약자 지원센터의 현실은 얼마나 가혹한 일인가. 결국 아내에게 SOS를 보냈다. 집에 도착한 건 밤 10시였다.
필자가 콜택시를 기다리며 받은 지연 문자 내용. ©정민권
분명하고 당연한 사실은 장애인 콜택시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적 책무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국민이 존재한다면, 국가는 그 공백을 제도와 시스템으로 채워야 한다. 장콜은 그 의무의 산물이지, 베푸는 서비스가 아니다. 휠체어를 타든, 유아차든, 이동보행기든 모든 이동의 자유는 모든 국민의 권리다.
그래서 경기도 광역 이동약자 지원센터에 개선을 요구한다.
첫째, 교통약자에게도 출장과 회식의 자유가 있다. 출발지·목적지 고정 원칙을 폐지하고 상황에 맞는 유동적 예약을 허용하라.
둘째, 관내·관외를 구분하지 말고, 장시간 대기자에게는 효율적인 임의 배차 시스템을 적용하라.
5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시스템은, 시스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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